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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없는 사회-진보편

돋보기/시사

by 열정과 함께 2011. 12. 3.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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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뉴스 댓글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다.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 댓글은 여론을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는 계층 한정이라는 점, 그리고 사이트 별로 약간의 성향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해 댓글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는 점과, 가끔 말도 안되는 알바성 댓글이 추천수만 많이 먹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 진보를 나누는 틀에 해당되는 것 중의 하나는 북한에 대한 태도다. 보수 진영 대표주자로 볼 수 있는 한나라당은 반북이다. 주변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지 간에, 일단 한나라당이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태도는 반북이다. 진보 진영의 주자들(난 진보 진영의 대표주자가 어디인지 모른다) 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 그리고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진보 진영 통합 정당 등을 보면 노선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성향은 적어도 한나라당에 비해서는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거나, 친북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북한은 무엇인가?

 나는 적어도 이 땅에 진정한 의미의 공산주의는 실현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현될 리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따르면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실패를 다 겪은 후에야 나올 수 있는, 변증법적인 발전 과정을 거쳐 도달하게 되는 사회 구조의 완성판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사실 변증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서는 거기서 도달할 수 있는 한계점을 정해놓는 다는 것이 더 황당하긴 하지만).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여태까지 공산주의의 실험대에 올랐던 나라들 중 자본주의의 실패를 겪은 나라는 단언컨대 한 나라도 없다. 지금 우리도 자본주의의 실패를 완전히 겪었다고 말하기 힘든데 그 시절에 무슨?
 
 결정적으로 마르크스는 공산주의를 1당 독재를 하는 나라라고 말한 적이 없다. 사람들이 자주 하는 착각중의 하나는 마치 공산주의가 민주주의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정치구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애초에 공산주의를 구상한 사상 자체에 따르면 공산주의는 민주주의는 물론이요,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서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냥 그 사상이 세계에 몰아닥치던 시절의 사회상과 정치 게임이 사람들의 관념을 그렇게 몰아갔을 뿐이다.

 그렇다면 다시. 북한은 무엇인가?

 북한의 통치사상은 이미 공산주의가 아니다. 북한 자신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통치사상은 주체사상이다. 비록 노동당이라는 거대한 당이 1당 독재를 통해 국가 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아직 정치구조에서는 구 공산권 국가들과의 공통점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 또한 국방위원장이 군권을 장악함으로써 국가 권력을 장악하는 행태 등은 다른 국가에서는 심히 찾아보기 힘든 행태다(찾아보기 힘든 행태라고 말한 것은, 굳이 공통점이라고 집으려면 공통점이라고 집을 수 있는 나라가 있기는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관점에서 현재의 북한은 그냥 '막장 독재 정권'에 불과하다.

 북한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또 많지만 이 글의 초점은 북한이 아니므로 일단 여기까지 하고 넘어가자.

 여기서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세력들이 겪는 괴리가 발생한다. 진보 진영이 도대체 왜 북한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물론 현재 남북한의 분단 상황은 그에 얽혀있는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 그를 단순히 진보-보수의 틀로 재단한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한 국제 열강들의 문제 개입으로 인해 마냥 북한을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대하듯'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진보 세력의 '병적에 가까운'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는 오히려 진보 세력을 옥죄는 올가미로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한 예를 들어보면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논평을 들 수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연평도 포격 사건은 남한의 탓' 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복잡한 문제에서 어느 한 쪽의 책임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곤란한 문제다. 이명박 행정부 들어서 이 행정부가 보인 북한에 대한 태도는 남북 관계에 긴장 기류를 조성하는 데 어느 정도 공헌을 했다고 보는 것이 맞고, 또 그러한 긴장 기류의 조성이 연평도 포격 사건에 어느 정도의 기여를 한 것도 맞기는 맞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국토가 직접적인 공격에 노출되었는데, 대한민국의 정치 정당이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은 '멍청한 행동' 인 동시에, '잘못된 행동' 이었다. 그게 왜 남한 정부의 책임인가? 당연히 '못할 짓이 없는' 북한의 광기로 말미암은 것이지.

 민주노동당이 보여주는 태도의 원인은 그 근거를 끝없이 독재와 싸워야 했던 우리나라 학생 운동에서 그 출발을 찾을 수 있다. NL 계열과 PD 계열 이야기 말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 신당의 분열에도 큰 영향을 미친 문제.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이미 충분히 바뀌었고, 현실이 바뀐 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지금 북한의 행태로 유추해 보자면 북한은 이미 그 당시에도 결코 정상적인 국가는 아니었다. 한 마디로 북한을 동경하던 우리나라의 학생 운동이 그롯된 환상에 사로잡혀있었을 뿐이지.

 물론 그 당시의 그것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정보'로 인해 이어진 '잘못된 판단'은, 판단을 비판하기 보다는 '부족한 정보' 라는 원인을 만들어 낸 상황에 대한 해결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부족한 정보' 의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잘못된 판단' 의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결과를 도출해낸 사람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즉, 북한은 그 어떤 비판 혹은 압박의 대상이 되어도 누구를 탓할 수 없는 폭압적이고 반인권적인 정권의 지배하에 있고, 그에 대해 아직도 과거의 환상, 혹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진보 진영 내의 몇몇 세력의 행태는 정말 속된 말로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행위' 인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대한 또 하나이 반론이 남았다. 바로 통일 문제다. 이 글에서 나는 북한을 아주 강력하게 비판했다. 옹호 세력을 강력하게비판한 것은 곧 옹호 대상을 비판한 것과 마찬가지이기도 하니까. 북한에 대해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분명 통일에 어느 정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햇볕 정책은 실패한 정책인가?

 그렇다. 실패했다. 유감스럽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시대적 의의를 부여하기엔 충분한 정책이었다(햇볕 정책에 대해서는 나중에.....).

 '국민의 정부' 이후 진보진영에서 주장하는 논리는 북한을 지원하고 평화적으로 대하는 것이 향후 통일에 도움이 되고 북한에 대한민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들'이 생각하는 '저들'의 행동을 추측한 것에 따른 결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몇몇 사건들을 통해 진보 진영이 북한에 보인 태도는 유화적, 친화적인 태도를 넘어 굴욕적이라고 까지 표현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멀쩡히 잘 있던 강토에 포탄을 얻어맞고 그것을 남의 책임이라 하지 않는 것. 우리가 이득을 남기자고 하는 관광 사업도 아닌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죽어도 책임 추궁은 커녕 그것을 죽은 이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저 쪽은 정기적으로 해상의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우리의 책임도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미래의 통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를 고민해 보기에 앞서 그러한 태도가 현재 우리나라가 그 나라와의 대치, 협상, 거래의 와중에 가지게 될 전략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지 생각해 봐야 한다.

 통일이 된다면, 그 과정은 지극히 혼란스럽고, 복잡할 것이다. 어떤 변수가 통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말하기 위해서는 통일이라는 사건에 대해 오랜 기간의 연구가 수행되고 난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북한이라는 상당히 비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국가를 대하는 데 있어 유화적이고 친화적인 태도는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복잡미묘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 민족이므로, 혹은 평화에 도움이 되므로 북한에 대한 친화적, 유화적 태도를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민족' 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평화' 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아가 '정치' 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원래 이렇게 길게 쓰려는 생각은 아니었고 핵심만 말할 생각이었는데 뜻밖으로 글이 길어졌다. 핵심만 말하자면,

  '진보' 라는 이념이 갖는 철학이나 특성을 고려할 때, 소위 '진보' 라고 불릴 수 있는 자들은 북한이 보여주는 행태를 반대하고, 미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 북한이 보이는 모습은 진보, 보수를 떠나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마저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진보' 라고 불리는 자들은 과거의 낡은 관념에 사로잡혀 아직도 우리가 북한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그는 이제 역으로 우리나라의 '진보' 가 '진보' 로서 가져야 할 지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칼날이 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진보 세력이 이를 깨닫고 정면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갖게 될 위치는 언제나 '애매'할 수 밖에 없으며, 사람들에게 과연 이들이 '진보' 라고 불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까지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이 들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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