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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라 (2)

돋보기/자유주제

by 열정과 함께 2015. 12. 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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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썼던 원고인데 바빠서 이제야 다듬어 올린다.


주말에 들어왔는데 이런 기사가 있네. 실로 놀랍고도 답답한 일이다.


함께 당을 바꿀 생각이 없으면 말을 하란다. 뭘 어떻게 말인가? 그리고 자꾸 전당대회 하잔다. 전당대회가 뉘집 개 이름인가? 그렇게 막 했다가 말았다가 하게? 본론부터 말한다. 나는 그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문재인 당신이 정해진 기간 동안은 꿋꿋하게 당대표를 하기를 원한다. 강력하게 원한다.


1. 어디서 뭐 하다가 이제 와서 난리인가

2. 그들이 들어온 들 무엇을 하겠는가

3. 당신이 진정 책임져야 하는 것은



1. 어디서 뭐 하다가 이제 와서 난리인가


문재인 대표가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을 꼽으라면 아마 지난 번의 재보궐 선거에서 전패한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받겠다고 했을 때 분열은 안된다는 핑계를 대면서 도망가던 그 꽁무니를. 그리고 재보궐 선거에서 지자 마자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는 지금의 광경을. 그들이 지금에야 와서 보이는 행태로 미루어 봤을 때, 그 때 그들이 문재인 대표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면 그들은 문재인 대표에게 재신임을 받으라고 했을 것이다.


물론 정치의 승부는 냉혹한 것이다. 이전의 글에도 쓴 바 있다. 사지에서 싸우는 것은 명백하게 어리석은 선택이다. 그러나 이길 수 있는 때와 이길 수 없는 때가 있다면 그 기회를 잡아야 할 때와 잡지 말아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적어도 재보궐 선거에 졌으니 당대표 당신이 책임져라는 겨우 두 달 전에 이길 자신이 없다고 도망치던 자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두 달 전에는 당대표가 무능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봐줄만 했고 두 달 뒤에 선거에 지니까 당이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지경으로 변하기라도 하더란 말인가? 두 달 동안 당 대표는 무엇을 했는데? 두 달 동안 문재인 대표가 무슨 전횡을 저질렀기에 그래도 분열은 안 되니까 막아줄 만 했던 당이 그런 지경이 된다는 말인가?


그 기저에는 어쨌든 틈이 나면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근성이 녹아있는 것이다. 물론 권력은 잡으면 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당 대표가 적어도 그런 치졸한 자들에게는 권력을 내놓지 않기를 바란다. 하나 첨언하자면 여기에는 문재인 대표 당신 책임도 있다. 정치에서의 물러섬과 나아감을 싸움의 승패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엄연히 말하면 재신임의 현장에서 도망친 순간 그들은 패자가 된 것이다. 물론 끝까지 재신임으로 달음박질치지 않고 그래도 타협하자고 이야기를 하였으니 그들을 포용하는 것 또한 문재인 대표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 평화가 배신당하고 안면몰수하여 대표 자리를 내놔라 한다면 그 때는 사정없이 쳐내는 것도 마땅히 대표 된 자의 책임이어야 할 것이다.


존중할 가치가 있는 상대만 존중해라. 비겁한 자는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 적어도, 존중받아야 할 자들 끼리 겨뤄야 할 거물들의 세계에서는 그래야 한다.


2. 그들이 들어와도 무엇을 하겠는가


안철수는 작년까지만 해도 김한길 씨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이지 않았나. 그리고 세월호와 같은 여파로 인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것에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지 않았는가? 물론 이렇게 물러난 것이 주홍글씨처럼 되어서 이후의 정치 이력에 암운을 드리워서는 안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그 이후에 과연 그들은 무엇을 했는가? 


누군가에게 중책을 맡길 때에는 보통 그 사람이 성과를 내리라는 것을 믿고 맡기게 된다. 너무나도 당연히.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실적으로 그것을 증명하게 된다. 안 좋은 결과를 냈다면, 마땅히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그것만이 실패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어떠한가?


안철수 씨는 작년에 반 년이 약간 안 되는 기간 동안 김한길 씨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였다. 사실 그 때 나는 안철수 씨가 공동대표로서 별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 아니었겠는가? 그러나, 그 와중에서 실망스러웠던 것이 있다면, 대표에 올라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선거에 한 번 졌다고 대표직에서 내려가 버린 것이다. 물론 선거에 진 것에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책임도 있었을 것이다. 명분 상으로는 그러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어떠한가? 정치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무슨 수가 있어서 나라의 총선을 공동대표로서 책임을 진다는 말인가.


그러나 어쨌든 안철수는 내려왔고, 그로 인해 안철수는 자신이 여전히 정치판에서는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중요한 선택의 이후를 책임질 만한 역량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여기까지는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무게가 있었어도, 그는 정치 신인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렇다면, 지금 문재인 대표로 하여금 내려올 것을 재촉하고 있는 안철수는 그 때와 무엇이 달라졌다는 말인가?


지금의 안철수는 여전히 자신의 배경이 없다. 심지어 안철수를 돕겠다고 들어왔던 금태섭 같은 사람 마저도 나가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악스러운 것은 문재인 대표를 흔들어 보겠다는 안철수를 여전히 비주류가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를 얼굴마담으로 이용하고 내팽개쳤던 그 비주류가. 나는 안철수와 이 비주류 간의 관계가 어떠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 비교적 최근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제인가? 올해 중순, 국정원이 국민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했다고 하여 큰 파장을 일으킨 현장이다.


정보 보안에 대한 전문가를 자임하며 나섰지만, 안철수는 철저하게 혼자였다. 당의 누가 안철수를 도왔다는 말인가. 물론 보안에 대한 전문가가 없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정치 신인이나 다름 없는 안철수의 수족 역할을 해 주기에는 기성 정치인의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때 안철수에게 진정으로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었더라면, 혼자였던 안철수의 곁에 서 있어 주었을 것이다. 안철수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하다 못해 그의 전공 분야였던 메르스 사태 때 안철수가 뭔가 조금의 목소리라도 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것이다. 비주류가 그렇게 한 적이 있는가? 설령 도와주지 않았더라도, 몇 달 뒤에 당 대표에 도전할 정도의 정치적인 역량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적어도 당 내의 몇 사람은 자기의 뜻을 같이 표현해 줄 수 있도록 부렸을 것이다. 과연 그 때의 그 정치적 기량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로 미루어 봤을 때, 그 때로 부터 시점도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의 안철수는 과연 당 대표의 자리에 그렇게도 합당한 사람인가? 그것도 자기를 얼굴마담으로 쓰고 팽한 전력이 있는 세력을 능수능란히 스스로의 지지세력으로 부릴 수 있을 정도로?


문재인 당신이 또 패배해도 좋다. 타협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분열하여 또 새누리당에게 패배해도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한 가지 확신한다. 어줍잖은 태도로 일관하다가 당신보다 못한 자들에게 권력을 넘겨주지는 마라. 어차피 그들이 이길 가능성은 당신이 이길 가능성보다도 떨어지니까. 패해야 한다면 누군가가 더 나은 실력과 더 나은 비전을,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왔을 때, 더 정정당당한 자리에서 져 주어라. 그것이 당 대표의 마땅한 책임일 것이다.


3. 당신이 진정 책임져야 하는 것은


나는 여태까지 투표를 많이 안 해봤다. 그러나 적어도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나는 여태까지는 국회의원은 계속 민주당 혹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찍었고 비례대표는 국민참여신당과 정의당을 찍었다. 비례대표는 내 한 표 덕에 좀 나아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도,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도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한다.


내 표는 사표인가? 나는 내 정치적 의지를 더 잘 대변해 줄, 다른 사람을 찍었어야 했나?


물론 안타깝기도 하다. 왜 지금의 대통령은 이런 사람일까. 왜 국회의원은 이런 사람일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책임의 일부는 나의 것이다. 온전히 당 대표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유는?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었다면, 거기에는 정치적인 목소리 내기를 주저한 나의 책임도 있다. 내 정치 의사를 주변에 더 잘 먹혀들도록 전파하지 못한 나의 책임이 녹아 있다. 수많은 선택권들이 모여서 휘몰아친 끝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밀어올렸고, 그렇게 휘몰아친 선택권 사이에는 내 것도 있었다. 그러니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데에는 마땅이 나의 책임도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감히 말하건대, 나는 큰 사람이 아니지만,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의 명분으로 논하자면, 나는 문재인이 챙겨야 할 대상이 아니다. 정치적인 지형에서, 나는 문재인의 옆에 서 있는 수많은 지지자들 중의 하나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문재인이 챙겨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정치적 의지다. 나는 나와 정치적인 의사가 비슷한 사람을 물색하였고, 그 결과로 문재인을 택했다. 그렇다면 나의 지지를 받은 그는 마땅히 그의 정치적인 의사를 관철시킬 책임이 있는 것이다. 졌다면 왜 졌는가를 철저히 알아보고, 적어도 본인보다 더 유능한, 혹은 더 많은 정치적 지지를 끌어모은 사람이 나오지 않는 한은,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힘 다하는 것이 책임있는 정치인의 태도일 것이다.


문재인, 당신이 책임져야 할 것은 승리가 아니다. 적어도 나와 정치적 의사가 유사한 사람이 정치판에서 거물로 버티고 서 있다는 것,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것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서 있다는 것. 바로 그 사실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형 정치인이 책임져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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