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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씨, 제발 정신차리세요!

돋보기/시사

by 열정과 함께 2012. 4. 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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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강남 을 선거구,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의 선거 홍보 책자를 보고 쓴 글입니다. 행여나 일어날 수 있는 트러블을 우려해 책자 사진은 일절 싣지 않습니다. 

 대의 민주주의는 왜 생겼나?

 간단하다.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대변하기 위해서다. 주민들이 지나치게 많은 탓으로, 입 가진 사람마다 자기 이야기를 할 경우 중구난방 식으로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 쉽고, 강한 목소리를 내기가 극히 어려워 지는 탓에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를 뽑아 '자신들의 이익', 혹은 '자신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 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국가 시책 등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1. 재건축 문제 해결 권한은 서울시장에게만 있다고요?   

 네. 맞습니다, 맞고요. 재건축 문제의 해결 권한은 분명 서울시장에게만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가 일어난 원인을 알아야죠. 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결코 하나가 아닙니다. 현대 사회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곳일 수록,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고, 또 그것을 사람들은 기책, 기략, 묘수, 묘책 같은 다양한 말로 표현합니다.

 그럼, 재건축 문제는 왜 일어난 건가요????? 간단하죠. 집값입니다. 재건축, 하면 집값이죠. 뭐 개중에는 새 집, 더 나은 집을 원하는 사람도 있을 거구요.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뭔가 감이 오는게 있지 않나요? 지금 강남 을에 출마한 정동영 후보 입에서 나온다는 소리가 기껏 '재건축 문제 해결해준 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정도인가요?

 첫번째로, 박원순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는 말부터 사태 파악이 한참 잘못된 겁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 취임하자마자 뉴타운 사업이랑 재건축 사업을 막아버렸죠? 이 두 사업의 차이는 뭔가요? 이 두 사업의 근본적인 차이는 '누가 돈을 대느냐' 입니다. 뉴타운? 뉴타운은 시 예산에서 지원금이 나옵니다. 재건축? 재건축은 건설사 자금과 해당 주택 소유주들이 낸 돈으로 하는겁니다. 뉴타운을 막아? 그건 시가 추진하던 정책을 백지화 하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겁니다. 그럼 재건축? 지금 박 시장이 재건축을 막고 있다고 하는 것은, 토씨 그대로 막는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우회적인 방법으로 못 하도록 막고 있는 것' 입니다. 왜냐고요? 뉴타운을 막는 것 처럼 재건축을 막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재산권 침해이기 때문이죠.

 즉, 박 시장은 이미 '누구나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 으로 재건축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박 시장님에게는 박 시장님만의 생각과 신념이 있고, 그 신념에 따라 박 시장님은 '가능한 법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효과적으로 재건축 사업에 '훼방' 을 놓고 있는 겁니다. 지금 이 상황이 시민들과 시장님 사이에 소통의 통로가 생긴다고 해결될 문제인가요? 아뇨. 지금 개포주공 1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주택지를 '슬럼화' 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이미 누군가가 '항복' 을 해야지 해결되는 문제에요. 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볼 때, 나는 정동영 후보가 그러한 묘수를 마련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둘째. 재건축 문제는 시장에게만 해결 권한이 있다고요? 위에서 말했습니다. 재건축 문제의 본질은 뭔가요? 사람들은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원합니다. 새 집,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학군, 더 좋은 공원, 더 좋은 편의시설 등등등. 이 요인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집값 상승' 에 기여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 집값 상승을 통해 주민들은 재산을 늘리게 됩니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금전에 대한 열망, 이 집값 상승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강남구의 환경에서, 현재 이 집값 상승을 가장 강력하게 충족시켜줄 요소를, 강남구의 주민들은 재건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이제 다시 물어보겠습니다. 재건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정말 '서울시장에게 모든 권한이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땡입니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정동영 후보의 경쟁자는 이 사실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가서 보면 무슨 소리인지 감이 올 겁니다.

 2. 임시 이주 아파트를 보장한다구요?

 음. 물론, 재건축을 하면 해당 아파트의 주민은 나가서 다른데 살다와야 겠네요. 그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지금 강남구의 주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정책이 임시 이주 아파트의 보장인가요? 당장 재건축이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이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미처 대비를 하기 힘들 정도로 가까운 시일 내에 재건축이 시행된다.' 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재건축을 한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사람 내몰 수 있는거 아니에요. 당연히 그 전에 유예기간을 줍니다. 주택의 소유주라면, 당연히 주택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러한 법이 없더라도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고, 전월세 세입자라고 해도, 그러한 세입자들을 보호하는 법이 있어요. 그리고 당연히, 그 시간 동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건 말이죠..................

 아니, 재건축을 하면 집값이 오르는 게 얼만데 지금 그런 임시 이주 아파트 같은게 눈에 들어오게나 생겼습니까?

 여기 강남입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죽는다, 죽는다 해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보루 강남이에요. 여기 재건축 하면 집값 얼마 오를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도 많이 오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해요. 그리고, 지금 그 집값을 바라볼 사람들 눈에 임시 이주 주택 같은게 눈에 들어올까요? 그런건 은행에서 돈 땡기면 얼마든지 해결 됩니다. 강남에 집 가진 사람한테 그정도 돈 땡길 능력이 없을까요? 오히려 은행도 집 가진거 보고 돈 빌려주려고 덤벼들겁니다.

 물론 그런 사람 있을 수 있어요. 난 강남에 딸랑 집만 하나 가진 사람이라 재건축을 시작한다고 하면 꼼짝 없이 길바닥에 나앉아야 된다..... 충분히 그런 사람 있을 수 있고, 그런 사람을 챙기기 위해 나온 시책일 수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그런 사람들을 챙기고 싶었으면 강남 말고 다른 데 가서 나오시던가.

 .......다음 국회의원 총선까지, 강남에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서 주민 분노가 극에 달한 시점인데, 정동영 후보가 같은 지역구에서 같은 공약 걸고 나오면 정동영 후보에게는 그만한 신념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 부분은 철회할 용의가 있습니다.

 3. 비교과 영역을 축소하고, 입학사정관제를 없앤다구요?

 물론, 위의 사항들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난 순전히 '개인적'으로는, 비교과 영역도 대폭 축소하는 것이 맞고 입학 사정관제도 당연히 없애는 것이 맞다고 확신합니다. 복잡한 학생 선발 체계는 출발선이 앞에 있는 사람들만을 월등하게 유리하게 만듭니다. 입학사정관제는 기준부터가 '주관에 크게 치우칠 수 있는' 제도로 이 역시 늘 보장되어야 할 '기회의 평등' 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그다지 좋지 않은 제도입니다(어디까지나 내 생각에) 그런데 말이죠......................................

 이게 지금 강남에서 내세울 만한 공약인가요?

 여긴 강남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사교육 시장이 가장 잘 되어 있다는 그 곳. 다마 대입에 관해 돌아다니는 정보 중, 강남만큼 우수한 정보가 신속하게 돌아다니는 동네는 아마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을 겁니다. 그리고 말이죠.....

 이 동네는 그 정보를 활용할 재력을 가졌고, 또 기회만 되면 기꺼이 그 정보를 이용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로 득시글대는 동넵니다.

 간단히 말하죠. 정동영 후보가 내세운 이 공약은 거의 '자폭' 수준입니다. 지역구의 주민들이 다른 지역의 주민들에 대해 가졌다고 생각하는 강점, 지역에서 거주민들에게 제공되는 이점, 그리고 강남을 강남으로 만들어 주는 이점 중의 하나. 이 공약은 지금 그 이점을 무력화시키겠다고 대놓고 떠들고 있는 공약입니다. 조금 나쁘게 말하자면, 이건 지역구의 주민들을 대놓고 바보취급하는 공약입니다.

 물론, 강남에서도 이런 비교과, 입학사정관이 자식 교육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분명 있어요. 그런데, 이런 점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람과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람. 대체 강남구에 어느쪽이 더 많을까요? 만약에 여기가 관악구, 동작구, 금천구 같은 곳이라면 이 공약은 분명 '효과적인 공약' 이 되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여긴 강남구에요. 그렇기 때문에 난 이 공약이 '자폭' 이라고 확신합니다. 정 후보의 공약을 본 수많은 강남에서 자식을 교육하는 학부모들이 뭐라고 생각할까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지식' 이 상당히 쌓인, 사회의 인텔리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이걸 모르고 있을까요?



 물론, 전체적인 국가의 시책을 논하는 다른 공약들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한미 FTA, 복지 정책 같은 것 말이지요...... 그리고 개별 후보의 개별 정책보다, 분명 그러한 분위기로 몰고 가서 현 집권 세력을 강렬하게 비판하는 선거 전략이 잘 먹히는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번처럼 시민들이 현 집권 세력에게 극도로 불만을 가지는 때가 바로 '그런 조건이 마련된 때'를 말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것도 달리 생각해야 할 것이 있어요. 사람들의 '살림살이' 측면에서만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현 집권 여당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그 동안 새누리당 정치 세력이 집권 기간동안 만들어낸 수많은 이슈는 일단 제외하고). 어쨌든간 현 행정부, 정당이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동안,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객관적으로 팍팍해졌고, 사람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과반으로 당선된 대통령, 의회에서 과반을 획득했던 집권 세력에게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에 누구보다 치밀한 사람들이 사는 강남, 이라면 강남구의 선거 구도가 어떻게 흐르게 될 지는 뻔한거죠.....

 사람들은 시험해 보고자 할 것입니다. 자신들은 특정 세력을 텃밭과 다름없이 만들어 주었건만, 그 특정 세력은 자신들을 그렇게 잘 챙겨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이상한 행동만 했다...... 그럼 그 세력을 다시 믿어줄 것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더 크게 보장해줄 수 있는 방안을 가져오길 바랄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은..... 적어도 강남구에서는..... 후보들의 공약을 끝까지 저울질하다 마지막에야 결정을 한다는 소위 부동층, 그 부동층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반영될 수 있는 그런 총선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동영 후보는............. 허무하게 날렸네요 뭐.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현 대통령에게 참패한 다음에 힘들여 재기하는 과정 나름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겨우 이런 거 하려고 몇년 동안 그렇게 힘들여서 재기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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