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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보는, '부러진 화살'

돋보기/시사

by 열정과 함께 2012. 1. 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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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러진 화살을 봤다. 관련자료도 몇가지 읽어 봤다. 그를 보고 느낀 점 따위를 내 멋대로 써 본다.

1. 석궁 사건에서 교수가 받은 4년 징역의 처벌은 정당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당하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다. 그리고 판사는 법에 따라 사안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사람이다. 이 사건의 수학교수는 자신의 교수 재임용 탈락에 불만을 품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였고, 패소했다. 그리고 그 판결에 불만을 품은 나머지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판사에게 해를 입혔다(여기서 해를 입혔다고 표현한 것은 단순히 판사가 입은 2cm 깊이의 창상을 냈다는 것이 아니다. 일단 다툼이 벌어진 것은 극명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교수가 판사에게 창상을 입혔느냐, 의 여부를 떠나서 재판의 당사자가 판사의 판결에 앙심을 품고 판사에게 찾아온 것 만으로도 판사에게는 충분한 위협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그것은 앞으로도 수많은 재판을 할 판사에게 충분히 정신적인 고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넓은 의미의 '해' 를 입혔다고 쓴다)

 
이는 어쨌든 법치의 근간을 흔든 행위이다. 이따금씩 뉴스 기사에 조폭을 검거한 검사들, 혹은 형사들이 조폭의 보복행위를 두려워 하는 것이 나온다. 어쨌든간 사안에서 '옳고 그름'을 판별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이익은 제한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서로 '윈윈' 하는 사건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만약 재판의 결과에 따라 각자의 이익이 직접적으로 좌우될 재판의 당사자, 혹은 관련 인물들이 재판의 결과에 영향력을 가져서는 '결코 안된다'. 그것은 법치의 근간을 파괴하는 행위로 현대의 '역적질' 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나는 이러한 사건에서 단지 교수만을 비판하고자 할 생각은 없다. 이러한 '정신상태가 보편적인 수준에서 약간은 떨어져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보다는, 자기가 가진 재력, 혹은 그 어떠한 형태의 영향력을 동원하여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지 못하는 수준' 까지의 방법도 동원하여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현 대한민국의 기득권층의 일부 구성원들을 나는 아주 격렬하게 증오한다).

 
 이러한 소위 검사, 판사, 경찰 들은 그들의 법 집행 과정에 심대한 하자가 없는 경우, 혹은 법 집행의 의도에 심대한 하자가 없는 경우라면 언제든지 보호받아 마땅하다. 아니, 보호받아 마땅하다는 것은 이미 그들에 대한 현실적인 '위협' 이 해당 사회 내에 존재한다는 의미를 저변에 깔고 있다. 이렇게 표현해도 무방하다. 사회의 인식 자체가 그것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 이라고 세워져 있어야 한다(이것은 어떻게 보면 거의 '신성 불가침'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내 생각이 거의 그렇다. 따라서 나는 이 신성한 직무를 수행할 권한을 갖는 자들이 자신의 본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그러한 본분을 가진 자들이 지켜야 할 윤리를 벗어나는 행동 또한 아주 싫어한다. 예를 들면, 떡값을 받는다거나, 전관 예우를 해 준다거나 등등)

 
이 사건은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문민정부가 세워진 이래 판사에게 재판의 당사자가 직접적으로 해를 가한 첫 사례다(그 전은 빼자. 사람들의 견해가 어떨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군사 독재는 아주 확실하게 법치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한 처벌은 '일벌 백계' 의 의미도 어느 정도는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수에게 가해진 4년 징역형은 전혀 무겁지 않으며 오히려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물론 교수가 처한 상황은 이해한다. 나중에 서술하겠지만, 단순히 교수 재임용 건만 놓고 보자면 교수는 충분히 '억울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본인이 억울한 상황에 놓인 것과 잘못을 저지른 것은 분명히 고려되어야 한다. 억울함이 있으면 그 억울함을 푸는 방향으로 문제를 끌고 가야지 애꿎은 판사에게 테러를 하면 쓰나?)

2. 이 재판의 진행 과정은 하자가 없었는가?

 있다. 하지만 그 진행 과정에서 생긴 하자의 대부분은 교수와 교수의 변호인 때문에 생겼다. 진행중인 재판은 교수가 판사에게 해를 입힌 사건과 관련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그럼 재판과 관련된 이야기만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것이 맞고, 또 그것이 교수 본인에게도 유리하다. 재판과정에서 변호인이 보인 태도로 미루어 짐작하기에는, 변호인은 교수가 '억울한 상황' 에 놓였음을 상당히 강조하고자 한 것 같고 또한 그를 통해 교수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최대한 추구하고자 했던 것 같다. 재임용 탈락 건과 석궁 테러 건에 관련해서. 나는 그렇게까지 표현하고자 할 생각은 별로 없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정치적인 쇼' 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마치 대한민국 사법부의 대부분이 타락했다는 견해를 보인다. 심지어 재판 도중 판사를 판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모습까지 보인다. 아니, 판사를 판사로 인정하지 않으면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지? 교수가 보이는 모습은 거의 '중구난방' 에 가깝다. 한 주제에 집중을 해서 파고들어도 모자랄 판국에 여기 찔렀다가, 저기 찔렀다가. 아니, 해를 입은 판사가 증인으로 나왔으면 그 해를 입은 상황에 관해서만 물어봐야지, 대체 왜 그 판사가 판결했던 사건에 대해 질문을 자꾸 하나. 해를 입은 판사가 대답한 것을 자꾸 자꾸 물어봐. 자꾸 물어보려면 판사의 대답을 좀 어떻게 반박을 해서 다시 물어보던가 하지. 이 행위가 거의 재판을 방해하는 수준이다.

 그 외에 재판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된 것 같지는 않다. 나중에 쓰겠지만, 솔직히 재판에서 모든 진실이 100% 드러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와 교수측의 변호인이 발생시킨 하자에 비하면 그 다른 하자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3. 이 교수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된 것은 정당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당하다.
 
 이는 먼저 교수의 직분에 대해 논하는 것이 필요한 문제다.
 교수는 의미 그대로 해석하자면 지도하는 사람, 혹은 지도하는 방법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물론 교수라는 직책은 그 직책에 걸맞는 학문적인 자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학문적인 자질이 교수 임용의 과정에서 유일한 잣대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Y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다. 학교가 너희를 공부시켜줄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그리고 N 조교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공부하는 법 같은거 물어보지 마라. 대학교는 그런 것을 스스로 찾는 곳이다.' 사실 위의 두 분은 같은 교실에 소속된 분들이라 어쩌면 견해가 비슷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교수님들, 혹은 학교가 학교 운영 중에 보여주는 모습은 적어도 학교 차원에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학교는 위 문제와 관련해서 그들이 마주한 국면을 타개할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 또한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게 진짜 문제다).

 '스펙' 이라는 것 만으로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확실하게, 아주 좋지 않은 행동이다. 다만 내가 이 사건의 교수를 전혀 알지 못하므로 내가 아는 것으로만 평가한다면 이 교수는 수학이라는 학문에서의 연구 능력은 상당히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교수가 성균관대학교에서 이의를 제기한 것 또한 아주 합당한 행동이었다. 즉, 이 측면에서만 보자면 이 교수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교수가 보여준 다른 국면의 모습이다.  
http://www.lawtimes.co.kr/LawPnnn/Pnnpr/PnnprContent.aspx?serial=3296&kind=1 
 이는 당시 재임용과 관련한 판결문 링크다. 문서길이 때문에 내용을 다 넣지는 않았지만, 이 내용에서 확실한 것은 교수는 어찌 되었든 교수의 '정적' 들이 재임용 심사에서 교수를 공격할 만한 빌미를 충분하게 제공하였다. 그리고 그 교수의 '정적' 들은 그들의 목적을 이루었다. 그리고 석궁 테러 사건의 피해자가 재임용 탈락에 하자가 없다고 선고한 것은 교수의 정적들이 교수를 죽인 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교수 본인은 법대로 해야한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하지만 정작 교수 본인은 교정에서 '교정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 조차도 따르지 않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법대로' 를 외치는 교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까지 생각될 지경이다.
 

4. 영화는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

 그다지 잘 반영하고 있지 않다. 아니, 어쩌면 왜곡에 가깝다고까지 하겠다. '도가니' 가 흥행을 타자 그 물살에 한 몫 잡아보겠다고 이 감독이 어설프게 올라탄 것이 아닌가, 정도까지도 생각된다. 그 이유를 대충이라도 설명하자면

 ⑴ 현실에서 석궁 테러 사건에서 사건을 맡은 판사가 보인 태도는 적어도 영화에서 판사가 보인 태도보다는 훨씬 정직하고 겸손하다. 영화에서 나오는 판사들은 거의 안하무인, 비논리의 극치 와 같은 수준이었지만 녹취록을 보면 그 정도는 절대 아니다. 여기서 '절대 아니다' 라고 '단언한다' 같은 표현을 쓸 필요도 없다. 그냥 '아니다'.
 
 ⑵ 영화를 보면 교수가 보이지 않는 손(혹은 높으신 분들!)에 의해 핍박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극중 장치로 사용한 것 같기는 한데 그렇게 까지 표현할 것이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⑶ 영화에서 보이는 검사의 태도는 거의 '비논리' 의 극치다. 또한 교수가 하는 행동들은 규정에 딱딱 들어맞는 것들이며 교수는 굉장히 양심적으로 행동하고 있고, 또한 재판 와중에서는 좀 아니꼽긴 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교수가 교직에 있는 동안 '굉장히 양심적'으로 행동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으며, 재판 도중에 말한 내용도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다'. 또한 검사의 태도도 그렇게 비논리적이지 않다.

 ⑷ 영화에서는 석궁 테러 사건의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내세울 것을 요청하나 계속해서 기각당한다. 그리고 그것만을 아주 크게 부각해 놨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왜곡이다. 물론 피해자의 진술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가 '생명을 위협받는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일시 기억이 불분명하여 진술이 달라질 수 있다
(이것에 관해서는 나중에 할 얘기가 더 있다). 그러나 1심 공판에서 피의자와 그 변호인이 피해자에게 신문 도중 한 질문의 내용과 그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고려한다면 '석궁 테러 사건' 을 위해서는 굳이 해당 피해자를 다시 증인으로 세울 필요는 없다.

 ⑸ 영화에서는 완전 장전 시 석궁의 위력을 보여주고 불완전 장전 시 석궁의 화살이 제대로 발사되지 않은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제대로 발사되지 않은 것은 경관이 수 차례의 '불완전 장전 시 석궁의 발사' 실험 중에서 벌어진 사례의 '하나' 일  뿐이다. 6.5cm 이 박힐 수 있다고는 했으나 양복과 같이 촘촘한 직물 앞에서라면 석궁의 위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도 첨부되어 있다. 이런 것에 대한 고려 없이 위 두 장면만 딸랑 보여주는 것은 진실의 호도에 가깝다
(사실 이것에 관해서도 할 얘기가 뒤에 있다).

 
⑹ 영화에서는 변호사가 혈흔 감정을 요청하나 번번이 거부당한다. 하지만 이 혈흔 감정은 요청을 해 봤자 별로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대체 혈흔 감정을 통해 변호인단과 피의자인 교수가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어쨋든 혈흔이 '같은 사람' 에게서 나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 만약에 혈흔이 다른 사람이라면 피해자는 고의로 화살을 꽂은 뒤에 옷에 다른 이의 혈액을 묻혔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검찰, 사법부, 국과수가 짜고 교수를 옭아넣기 위해 사기를 쳤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게 치밀하게 사기 치는 사람들이 옷에 '다른 이의 혈액' 을 묻힌다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나?
 

5. 재판에 대한 그 외의 개인적인 견해

 이 항목에서 갑자기 글자가 커진 이유는 이 항목에서 할 이야기가 좀 분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⑴ 사실 이 재판에서 의문스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옷에 묻은 혈흔을 보면 이게 정말 순수하게 피해자가 복부에 화살을 맞아 출혈을 일으켰고 출혈이 시작된 뒤에 벌어진 몸싸움으로 인해 생긴 혈흔인지는 조금 의심스럽다. 교수도 비슷하게 생각은 한 것 같은데 이걸 왜 '한국 물리학회' 에 물어보냐고....... 웃기는 짬뽕이다. 이것만 제대로 분석해서 공격했어도 피해자를 상당한 곤경에 빠뜨릴 수 있지 않았을까?

 ⑵ 완전 장전을 한 뒤 발사한 화살은 위력이 상당히 강하다.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피의자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피해자를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피해자가 입은 양복의 두께라던가, 직물의 수를 내가 모르니까 뭐 분명히 말할 수는 없지만, 완전 장전 상태에서 발사해서 양복을 다 뚫고 판사에게 2cm 깊이의 상처를 입혔다고 생각하기엔 실험에서 석궁이 보여준 석궁의 강력함이 너무나도 우월하다. 즉 발사될 때 석궁의 상태는 적어도 불완전 장전인 상태였다. 차라리 이걸로 '판사에게 결정적인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었다.' 고만 몰고 가도 교수의 처지는 상당히 나아졌을 것이다.

 ⑶ 피해자의 진술에는 분명히 '정황' 에 따라 피해자 본인이 재구성한 부분이 있다. 물론 피해자가 '기억이 분명히 나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물론 변호사도 이 점을 공격했다. 사건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한다면 이것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다. 특히 피해자가 '복부에 맞은 화살이 튕겨나갔다' 고 구급 대원에게 1차로 진술하였는데, 아무리 정신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꽂힌 화살과 튕겨나간 화살이 구분이 안 될 정도라는 것은 조금 의심스럽다. 

 ⑷ 석궁 테러가 일어난 직후에 고위 판사들이 모여서 '이것은 사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 라고 한 뒤에 엄단할 것을 결의한 적이 있다고 알고 있다. 다른 시민 단체에서 '엄단하라!' 는 성명을 냈다면 모르겠는데, 다른 곳도 아닌 사법부에서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런 성명을 발표한 것 자체는 분명히 잘못되었다. 

 ⑸ 교수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교수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야말로 좌충우돌에 가깝다. 그는 시도때도 없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으며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도 명확하지 않고 그 대상도 마구잡이로 변한다. '석궁은 몸싸움 도중 우발적으로 발사되었으며 내가 판사에게 창상을 입힌 것은 고의가 아니다. 사법부가 내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여 내가 고의로석궁을 발사해 판사를 부상당하게 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라고 주장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럼 재판 와중에 그 얘기만 할 것이지 왜 자꾸 자기는 재판장을 판사로 인정 못하니, 다 사기꾼이니, 다 나쁜놈들이니 어쩌니 저쩌니...... 아니 그렇게 생각할 거면 재판정에는 왜 나오셨대? 차라리 일관성 있게 재판 거부하시지.......

 
 
 

6. 영화에 대한 그 외의 개인적인 견해 
 영화가 전체적으로 사실의 취사선택을 너무 편파적으로 했다. 사실 판사들도 100% 잘못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이 사건을 단순히 '타락한 사법부 때문이다!' 라고 모는 것은 100% 잘못이 확실하다.

 어딘가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루머 자체보다, 루머가 돌아다닐 수 있는 현실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 신경쓰인다.' 라고. 위에 쓴 글만 보면 사실 내가 무슨 보수 꼴통이 아닌가, 내가 봐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난 저 위에 나의 견해를 작금의 우리나라 사법부에 그대로 적용해줄 생각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저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행정부 초기에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그 때 들은 것 중 가장 황당한 것은 침을 튀기는 것 만으로도 광우병이 전염된다는 것 이었다. 물론 그것은 거짓이다. 주장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명백하게 거짓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과학적인 사실을 믿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과학적인 사실이라고 떠들도 다니는 '정부' 를 믿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당시 정부가 했던 행동들은 정부의 신뢰도를 그 정도의 수준까지 떨어뜨리기엔 차고 넘치는 행동들 뿐이었다.

 '일부가 그럴 뿐이다.' 라는 말을 모 종교의 신도들은 자주 한다(라기 보다는 자주 할 수 밖에 없다). 사실이다. 일부만 그런 것이 맞다. 모두가 그랬다면 해당 종교는 진작에 이 땅에서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그 종교의 성직자들이 선행을 베풀고, 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신문이나 뉴스에 분명히 나오지만 그런 것에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 것과 여태까지 해당 종교의 다른 신도들, 혹은 성직자들이 저질러온 잘못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그 정도로 해당 종교에 소속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심각한 깽판을 많이 쳐놨다. 문제는 다른 '주요' 종교는 그런 적이 거의 없어서 훨씬 더 돋보이기까지 한다).

 '업'

 난 대한민국에 사법 정의가 세워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 난 현재도 그 말에 상당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법부의 몇몇 구성원들은 그것이 '사실' 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에 비해서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일까? 적어도 군사정권 시절에 비해서는 그럴 것이다. 적어도 건국 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독재를 하던 시절에 비해서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상태를 사법 정의라고 말해줄 생각은 전혀 없다.

 부러진 화살의 영화를 봤을 때, 처음 든 생각은 '과연 이 영화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가?' 하는 탐구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거 사법부 완전 졸라게 썩어빠졌구만' 하는 적개심이었다. 분명히 명확한 사실 관계를 토대로 한 사리판별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이 먼저 번개처럼 머리를 스쳐갔다. 고정관념은 무서운 것이다. 위험한 것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옳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결코 쉽게 생겨나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그동안 쌓아온 '업' 이 그만큼 거대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사법부에 잘못을 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론몰이 같은 것이 일어나서도 곤란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법부의 '업' 과, 그 '업' 을 별로 해결할 생각이 크지 않다고 보여지는 현 사법부의 태도에 대해서 잘못을 묻고 여론몰이를 해야 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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