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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달리고 싶다.

돋보기/시사

by 열정과 함께 2012. 3. 28.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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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버 클리블랜드. 그는 아마 미국에서 가장 특이한 대통령 이력을 가진 대통령일 것이다. 왜냐고? 그는 대통령을 두번 했지만, 한번 건너뛰어서 했기 때문이다. 첫 임기를 마칠 무렵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그는 정적인 벤자민 해리슨에게 패해서 백악관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 그는 해리슨의 실패(...)를 딛고 그것을 되찾아 왔다.


 그가 직면했던, 큰 도전 중의 하나는 병역이었다. 바로 남북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것. 당시 병역법은 본인이 원할 경우,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자기 대신 군에 입대하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클리블랜드는 바로 이 방법으로 병역 의무를 피했던 것. 당시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그의 사정 상, 참작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만약 상대방 후보 역시 같은 방식으로 병역을 회피했다는 것이 아니었더라면, 그의 당선은 그리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극단적인 예가 있다. 가령 예를 들어. 한창 젊은 나이, 인생의 절정, 젊음의 절정 중 일부를 군대에서 나라를 위해 바치는 병역제도, 그 부작용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최악의 경우는, 우리 위에 있는 나라를 보면 된다. 북한. 남성한테 10년동안 군복무를 시킨다. 그 결과? 어쩌긴 뭐 어째? 나라가 경쟁력이 없다. 젊음의 생산력을 발휘할 시기에 군대같은, '사고를 괴상하게 만드는' 조직에 들어갔다 나오니, 뭔가를 할 능력이 다 없어진다. 뭐 딱히 군대 탓만은 아니다. 사회 탓도 있지. 하지만 군대 역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10년과 2년은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의 차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 분명한 것은, 한국의 군대가 미치는 영향 역시 피차일반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군대가 육체노동을 시키니 어쩌니 여서가 아니다. 어느 한 가지 일을 아무리 잘 했던 사람이라도, 그걸 2년 동안 손도 못 대게 했다가 갑자기 다시 시키면, 적응이 잘 될 리가 없다. 그리고 그 2년동안 군대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가 이룰 수 있었을 성취를, 그는 그걸 '따라잡는' 것을 위해서 생각외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 과학의 연구로 인해, 크게 정교해진 현대 스포츠, 그리고 그를 직업으로 삼는 운동선수라면, 그 간극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상무, 경찰청 같이 '그나마 선수를 배려해 주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어디 그가 군대를 가지 않는 것에 비하겠는가?


 그렇지만 동시에 유념해야 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그러한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수많은 대한민국의 젊은 남성들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군대에서 자신의 젊음을 바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국가와 국가 간에 전쟁이 일어나려면 어느 정도 밟게 되는 수순이 있다. 우선, 이런 저런 다양한 사건들로 인해 두 국가간의 사이가 크게 악화되면, 국가들은 각자 국가가 보유한 전력을 전진배치시킨다. 그리고 관계가 계속해서 악화되면, 국가는 서로에게 '선전포고' 를 하고, 전쟁이 시작된다. 뭐 물론, 그 전에 각 국의 의회에서 전시예산 같은 것을 편성하기도 하지만, 그건 국가 내부의 절차니까 제외하고(물론 국제법상 그렇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나라 동쪽에 있는 일본만 해도 이걸 전혀 지키지 않는다. 이 나라는 선전포고 없이 갑자기 전쟁하는게 '역사적인 관습' 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욕을 먹지만).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1953년, 북한-중국-유엔군 사이에 맺어진 협정의 이름은 '정전협정' 이다. 이 정전협정은, 한반도에서의 '적대행위' 를 '일시적' 으로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남한과 북한의 주 전력은 모두 '군사분계선' 에 배치되어 있다(흔히 '휴전선' 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우리나라는 휴전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남한과 북한이 다시 전쟁을 하려면 어떤 일이 일어나면 되느냐? 간단하다. 아무나 먼저 쏘면 된다. '정전' 이기 때문에 아직 서로간에 '선전포고' 상태인 것이나 마찬가지고, 따라서 선전포고 없이 발포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역사적으로, 많은 전쟁들이 정말 우연한 계기로 인해 일어났음을 감안하면, 지난 60여년간 한반도에서 전쟁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군은 다양한 돌발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주변 국가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등의 군사적 교류를 통해 군의 역량을 최대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어느 정도로 철저히 되어 있느냐 하면...... 


 세계에서 국가별 군사력이 우리나라가 7위다. 우리 위에 있는 나라들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영국, 터키 인데, 잠깐 생각해 봐도 위 나라들의 군대는 죄다 국군에 비해 상당히 넓은 영역을 활동 무대로 삼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중국만 해도, 절대적인 수치상의 전력으로는 대한민국을 압도적으로 밀어버릴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한반도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전쟁을 하는 상황이 오면, 중국은 '우리나라에 제대로 투입 가능한 전력' 이 우리를 상회하지 못한다. 육군이야 그렇다 쳐도, 공군 전력은 내가 글 쓰는 시점에서는 대한민국이 우위에 있다.


 ......60년 동안 이런 땅에 살다보니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아주 둔감해진 것을 안보 불감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렇게 특수한 상황은, 몇몇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대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가령, 미국 대통령을 지낸 클린턴은 베트남전 병역 기피자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당선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당시는 평화로운 시대였기 때문이다. 반면 부시대통령 2기, 그에게 도전했던 존 케리 상원의원은 부시대통령이 제대로 된 군 이력이 없음을 그를 공격하는 건수로 적절하게 써먹었다. 존 케리 상원의원은 베트남전 참전 용사였기 때문이다.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남북전쟁 참전을 회피하여서 욕을 먹은 이유는 뭘까? 당연히, 전쟁의 상처가 아직 미국에 남아있던 시절이어서 그렇다. 남북 전쟁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남북전쟁 참전이 '기본 사항' 이다. 위급한 상황에 국가의 부름을 외면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군대를 적법하게 회피하였는가, 불법적으로 기피하였는가의 문제를 떠나, '국가의 부름을 외면한 사람' 이 '국가' 를 이끄는 수장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주영은 합법적으로 병역을 '회피' 하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사정을 감안할 때, 그것이 그가 '비난받지 않을 권리' 가 되어 줄 수는 없다. 박주영은 분명히 비겁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하였고, 그는 그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 박주영 본인은 35세 이전에 현역으로 입대하겠다고 말했지만....................... 적어도 박주영의 축구 선수로서의 이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말을 일단 믿고 봐야할 지, 의심하고 봐야 할 지 대답은 뻔하다.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종교의 이름 아래 믿어줄 수 있을 모를까, 나는 전혀 믿을 수 없다. 


 수많은 단체들이 군대는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단체라고 말한다. 기독교? 계열의, 주류 기독교계에서는 이단취급받는 모 종파가 특히 그렇게 주장한다. 그리고 언제나 까인다. 그들은 그들이 그렇게 '떠들 수 있는 환경' 을 그들이 그렇게도 욕하는 '군대' 가 수호해주고 있음을 망각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계약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주영의 축구 실력이 어찌 되든 간에, 이제 그가 그 어디에서도 태극마크를 달 일은 영원히 없어야 한다. 달리고 싶은 선수는 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를 달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을 그가 다했다는 전제 하에서 허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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