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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시사

by 열정과 함께 2012. 1. 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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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릴 적에 중앙일보를 읽다가 노무현 행정부의 금융 정책을 대차게 깐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정부가 시장에 도를 넘어서는 개입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사에서 읽은 구절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국가 금융 정책의 근간은 금리의 조절이다. 금리의 인상과 인하는 심사숙고 끝에 결정되어야 하며, 또한 이 외에 함부로 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을 취해서도 안 된다."

 대충 이런 구절이었다. 만약 그 기사를 쓴 기자를 다시 만난다면, 반갑게 웃으면서 싸대기를 쳐 줄 것이다. 사기꾼이기 때문이다(당시 그 기자가 위의 구절을 썼기 때문은 아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적극적인 환율 관리에 돌입했다. 당시 환율은 1000원대, 목표 환율은 1100~1200원 대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주요 언론들은 모두 침묵했다. 칭찬하는 기사까지 있었다. 이유인즉슨, 우리나라의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되고 이러한 수출 기업의 활동에 대한 지원은 치열한 국제 질서 속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었다. 언제는 국가가 개입하면 안된다며?

 
 2. 노무현 행정부 초기에 법무부 장관이 학생들(중~고등학생으로 기억한다)을 불러 대담을 가진 적이 있었다. 대담 도중 한 학생이 대범하게도 이런 질문을 했다.

 "검찰은 그간 해온 일들로 인해 세간에서 '정치권력의 시녀' 란 말을 듣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장관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대답은 대충 이랬다.

 "검찰이 사회정의를 위해 노력한 것은 있지만, 몇몇 사건들에 있어서의 불미스러운 일이나 오해로 인해 그러한 오명을 얻게 되었다. 그러한 오명이 사라지도록, 공명정대한 검찰이 되게 만들겠다."

 그리고 노무현 행정부 초기 선게이트 사건이 터졌다. 대통령과 사사건건 알력을 일으키던 검찰은 기회는 이 때다, 하고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씨(당시 직책은 모른다)를 정조준했다. 그리고 검찰이 대통령 최측근의 목을 치는데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안희정씨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자의 자녀' 가 되었고 안희정씨 본인은 감옥에 갔다. 민주당 내부에서 '역(逆)사정' 이라는 말이 나왔고, 이른바 정권의 '개국공신' 인 안희정을 구해주지 않는 데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출소한 뒤 안희정씨는 이렇게 말했다.

 "서운한 기분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해한다."

 
 인사청문회에서 내가 들었던 말 중 가장 황당했던 발언은

 "제가 땅을 사랑해서 그렇습니다."

 란 말이었다(보건복지가족부? 내정자의 말로 기억하고 있다. 맞나?). 인사청문회가 개그콘서트도 아니고. 그 외에 또 하나 웃겼던 말은

 "제가 병이 걸렸다가 나았는데 남편이 나아줘서 고맙단 의미로 오피스텔을 사 줬습니다."

 가 있다(그쯤 되니 허탈해서 웃음도 안 나왔다).

 노무현 행정부의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논문 표절 의혹 한방에 낙마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찌 교육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느냐는 소리와 함께. 뭐 정권 차원에서 정권의 '도덕성' 을 강조하는 조치였을 수도 있지만, 어쨋든 별다른 의혹이 없는 상태에서 그는 그 한방으로 낙마했다. 이해찬 총리는 삼일절에 골프를 쳤다가 낙마했다. 총리란 사람이 어떻게 삼일절에 골프를 칠 수 있느냐는 게 이유였다.

 아전인수.

 뭐 그럴 수 있다. 세상 살면서 세상 사람의 그 누가 어떤 일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보지 않았겠는가? 정치인이 어느정도 그러는 것도 십분 이해해 줄 수 있다. 정치인이니까. 하지만 상황에 따라 기준을 멋대로 적용하여 남의 목을 치면서 또 그 기준을 멋대로 적용하여 자기를 방어하는 데 쓰는 것은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행위다. 그것도 국민의 녹을 받아먹는 국가의 고위공무원이.

 그들은 진정으로 비겁한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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