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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라.

돋보기/시사

by 열정과 함께 2015. 5. 1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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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정치 민주연합에서 일어나는 몇가지 일들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결과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다고 결론내려, 블로그에 남기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전 한나라당, 현 새누리당이 영남을 먹고 야권이 호남을 먹은 뒤에 강원, 충청, 수도권을 놓고 벌이는 게임이 다 되었다. 새누리는 계속해서 보수를 자처해 왔고, 야권은 진보를 자처해 왔으니 언뜻 보면 이는 보수 VS 진보의 싸움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시각은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치 싸움은 보수 VS 진보의 싸움이 아니다.


이유는? 호남 때문이다. 여기서 딱히 호남이 잘못되었다, 잘하고 있다를 논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내가 보는 호남의 특성에 대해 논하려는 것이다. 호남에 서울/경기 처럼 엄청나게 많은 인구나, 혹은 고도로 발달된 서비스업 혹은 지식 기반 산업이 있는가? 아니면 대구와 비슷한 산업 단지가 있는가? 울산, 포항과 같은 대기업의 생산 단지가 있는가? 아니다. 즉, 나는 호남이 가진 지역적 특성을 다시 바라보았으면 한다. 호남은 대한민국 동네에서 가장 1차 산업의 성질이 강한 동네라는 것이다.


내가 보는 새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1차 산업의 성질이 강한 동네는 대개 보수의 성향을 갖는다. 진보의 지지층은 전통적으로 지식 기반의 첨단 산업 종사자, 혹은 서비스업 등에 근무하는 화이트칼라다. 그 외 공장에서 노조를 조직하는 블루칼라 등. 미국만 봐도, 농업으로 먹고 사는 동네는 거의 공화당 성향이다. 제조업, 혹은 대도시가 몰려있는 지역은 민주당 성향, 그 외 인구 많은 지역이 표심의 향방을 재는 바로미터가 되는 거고. 여기에 우리나라 농촌의 문제점이 하나 더해지는데, 바로 고령화다. 나이든 사람이 많은 동네라는 것이다.


이상의 점을 종합해 봤을 때, 호남의 정치색은 보수를 띠었으면 띠었지 진보색을 가지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은 야권의 아성이다. 왜? 그 동안 새누리한테 당한게 많으니까. 즉, 호남이 전통적으로 야권 지지 성향을 갖는 이유는 여기있다. 진보다 뭐다를 따지기 이전에, 호남은 새누리를 싫어하는 동네라서 야권의 아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근거를 하나 들자면, 강원을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조업이나 지식 기반 산업이 별로 없는 강원의 정치색은 보수에 훨씬 가깝다. 당장 강원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만 봐도 그렇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딜레마는 여기서 생겨난다. 새누리당이 보수라는 진영에서 너무나도 확고한 지위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반대 급부를 갖기 위해서는 진보를 표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당의 기반 세력은 진보가 아니라 오히려 보수 성향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진보 정책이 제대로 나올 수가 없으며 당의 철학도 퇴색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당의 지도부, 그리고 당의 아이콘과도 같은 정치인은 당이 표방하는 이미지를 대표해야 하니 어떻게든 보수의 반대편에 서는 이미지를 가져야 하지만 당의 중진들은 겉으로는 어찌 되었든지간에 속내는 보수에 가까울 수밖에 없게 된다. 마찰이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노무현은 대통령은 했지만 전통적인 민주당 계열에서 보자면 비주류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 탈당하고 신당에 들어가는 행동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문재인의 이미지에는 아직까지 노무현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즉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속칭 비노 계열은 전통적인 민주당 계파이며 호남을 중심으로 정치에 참여해 온 세력이다. 이들의 이념 방향은 엄밀히 봐서는 반 새누리의 총집이지 진보의 집합은 결코 아니다. 이들의 이념은 보수에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DJ 가 보수였는지 진보였는지 생각하면 쉬운 문제다). 그런데 표 싸움을 위해서는 진보계열을 표방해야 하는 문재인과 그 계파(이 계파가 친노인지 어떤 그룹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당 대표쯤 하려면 계파 없이는 절대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일단 이렇게 표현한다)는 전통적인 민주당 계열과는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문재인은 애초에 정치는 안 하려고 했다가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사람이다.


기존 민주당 계열 인사들의 입장에서는 문재인이 아니꼬울 수 밖에 없다. 정치적 노선도 다르고, 애초에 호남 출신도 아니다. 국회의원 중진도 아니다. 그저 정치적 노선과 노무현의 동반자였던 이미지로 정치판에 들어왔다. 오랬동안 정치판에 몸 담았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른바 정치적인 기술이라는 것도 부족하다. 그렇기에 이들은 끊임없이 문재인을 흔든다.


분명하게 말한다. 패권주의에 빠진 자들은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을 흔드는 그룹이다. 그들은 자신들과는 출신이 다른 뜨내기가 들어와서 당을 흔드는 것을 참을 수가 없는 거다.


이쯤 생각하면 답은 나온다. 문재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패권주의에 빠진 기성 호남 정치인들에게 절대로 굴하지 말아야 한다.


애초에 이 정치인들의 분위기는 딱 그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새누리당 적폐. 생각해보라. 깃발만 꽂으면 새누리당 뽑는다고 까이는 영남 분위기를. 호남도 다를 거 없다. 새정치가 깃발만 꼽으면 당선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새누리는 보수화되어가는 대한민국 정치 풍토에 힘입어 지금 형편에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으니 개혁을 할 필요가 없다. 새정치는 계속 패배하니 개혁이 필요한 것 뿐이다. 그러려니 그 적폐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고. 개혁하지 않아도 호남에서 새누리를 완강하게 싫어하는 세대가 완전히 퇴장하기 이전까지는 무난하게 자기 지분은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혁을 하지 않고서는 전국구 투표에서 승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개혁이 필요하다.


나는 오히려 현 세대의 정치인 중에 문재인이야 말로 이러한 풍토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본다.


문재인은 호남에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 없다. 따라서 호남의 지역적 지지 기반에 웅거한, 기성 호남 정치인들과는 달리 과감하게 호남에서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정치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이러한 계파를 고려하는 정치 역학에서 벗어나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물론 지금 이러한 행동이 투표에는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집안 싸움으로 비춰질 것이고, 권력 투쟁으로 비춰질 것이다. 총선이 당장 1년이 남았음을 생각한다면 이런 짓은 사실상 총선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비춰질지 모른다. 하지만, 당장 총선에서의 승리를 꾀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건강한 정치 세력을 키울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미루어 본다면 마냥 피하거나 도망갈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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