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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거짓말 - 객관적인 역사

돋보기/박근혜 정부

by 열정과 함께 2015. 10. 2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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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역사교과서 논쟁으로 온 사회가 달아오르고 있다. 덕분에 한 동안 뉴스기사 긁어모을 거리가 뜸했는데 아주 좋은 거리를 만들어 주시니 블로그에 글을 쓸 거리는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고 하겠다. 이 글은 순전히 나의 생각은 아니요, 내가 이전에 공부할 때에 어디선가 읽은 글의 요지를 적당히 변형한 것이다. 당연히, 블로그의 다른 시사 글 처럼 뉴스로만 이루어진 글도 쓸 예정이나 지금은 일단 내가 워낙 바쁜 중이라 이런 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역사는 무엇인가?


조금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어 보자. 1492년 10월 12일, 서인도 제도의 산살바도르 섬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굳이 날짜까지 콕 집어서 든 것은 이 날이 역사적으로는 꽤나 중요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 날, 콜럼버스가 긴 항해를 마치고 산살바도르 섬에 상륙하였기 때문이다.


그 날 산살바도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침에 누군가는 평소처럼 일어나서 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부지런한 사냥꾼은 일찍부터 사냥감을 잡으러 나갔을 것이다. 게으른 주민은 해변가를 산책하다 콜럼버스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콜럼버스는 어떻게 상륙했을까? 주변에 호위병들을 대동하고, 조그만 보트를 저어서 해변가로 왔을 것이다. 아마 훔쳐보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총을 쏘았을 지도 모르겠다. 어디로 상륙했을까? 섬 동쪽에 상륙했을 것 같은데, 섬의 동북쪽인가? 동남쪽인가? 와서 맨 처음 무엇을 했을까? 무사히 도착했음을 기원하는 의식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뭐 성경을 펴고 기도문을 읊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 내가 아는 것은 콜럼버스가 그 날, 섬에 상륙하였다는 것 뿐이다. 그 이외의 것들은 나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다. 나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 날 그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지 간에 뭐 중요할 게 뭐란 말인가?


다르게 넘어가 보자. 만약에 내가 2015년을 사는 산살바도르 섬의 토착민이라고 생각해 보자.


1492년 10월 12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아침에 누군가는 평소처럼 일어나서 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부지런한 사냥꾼은 일찍부터 사냥감을 잡으러 나갔을 것이다. 게으른 주민은 해변가를 산책하다 콜럼버스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콜럼버스는 어떻게 상륙했을까? 주변에 호위병들을 대동하고, 조그만 보트를 저어서 해변가로 왔을 것이다. 아마 훔쳐보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총을 쏘았을 지도 모르겠다. 총을 쏘아서 누군가 죽었을까? 죽었다면 그것은 백인들이 서인도제도에 상륙한 이래 내 조상들을 상대로 자행한 첫 살인일 것이다. 슬픈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어디로 상륙했을까? 섬 동쪽에 상륙했을 것 같은데, 섬의 동북쪽인가? 동남쪽인가? 음. 동북쪽이라면 우리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인데? 그렇게 중요한 일이 벌어진 장소가 우리 집 주변에 있단 말인가?


와서 맨 처음 무엇을 했을까? 무사히 도착했음을 기원하는 의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뭐 성경을 펴고 기도문을 읊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마 성경을 펴고 기도문을 읊은 다음에는 주변의 원주민 부족과 술을 한잔 나누었을 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내 조상들이 처음으로 맛본 백인의 술일 테니까.


무슨 차이점이 있을까?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누군가에는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후세에 우리는 어떤 것을 남겨야 하는가?


물론 모든 것을 기록하여 남길 수도 있다. 1492년 10월 12일 날씨는 맑았으며 오후에 소나기가 잠깐 왔었다. 백인들이 동쪽의 부족에 가서 비를 피하며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같이 감자를 구워 먹었다. 잎담배를 피우게 해 주었다 등등. 이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실지로는 매우 힘든 일이다. 그리고 가능한한 많은 것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하여도, 어딘가에는 분명 기록자의 눈을 지나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마을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날마다 있었던 일들을 죄다 기록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기록은 필연적으로, 당대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것은 남길만 하다, 라고 생각된 것들이 남게 된다. 당시 사람들이 보았을 때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 기록으로 남게 된다. 조금 이후의 사람들이 보았을 때, 그들의 시대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그들이 조사하여 알아낸 것과 같은 것 들이 역사로 남게 된다.


즉, 우리가 접하고 있는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요, 이미 누군가의 견해에 따라 '이것은 남길 만 하다,' 라고 취사선택 된 사실들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당시에 있었던 사실들을 누군가의 관점에 따라 재구성한 것을 우리는 역사라고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가들은 객관적인 기록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능한 한 많은 기록들을 참고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알아내려고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존재하는 모든 사실들' 의 모음이 아니다.


역사는 배우는 것은 단순히 사실의 나열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사실들로 엮어서 쓴 이야기를 배우는 것이다. 스스로의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하여 가능한한 많은 사실들을 찾아가며 역사서를 쓴다고 하여도, 역사가의 주관이 완벽하게 배제될 수는 없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이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단순한 사실의 나열로만, 그것도 발생했던 모든 일들을 그저 단순히 나열하기만 한 무미건조한 글자모음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하였을까?


그렇다. 바로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객관적인 역사" 를 반박하기 위해서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대로 객관적인 역사를 만들면, 내가 위에서 있을 수가 없다고 이야기한 무미건조한 글자모음이 된다. 그것은 결코 새누리당이 원하는 모습이 아닐 것이다. 애초에 그들은 좌파이념에서 학생들을 보호하여야 하기 때문에, 혹은 자랑스러운 근대화의 역사를 전해주기 위해, 그리고 해방이 아니라 건국의 이념을 되새겨 주기 위하여 객관적인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이 이상한지 이제 보이는가?


좌파이념에서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도, 자랑스러운 근대화의 역사를 전하는 것도, 건국의 이념을 되새긴다고 하는 것도 모두 객관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그들의 입맛대로 해석한 이야기를 가르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가만히 뜯어보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P.S.


내가 이러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들을 리는 없다. 그러나 여기에라도 한 마디는 남기고 싶다.


적어도 내 견해에는 박정희는 과가 공보다 압도적으로 큰 인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의 공이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저변에는 동시대에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가 상당한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는 사람들의 기억이 깔려있다. 엄밀하게 봤을 때, 나는 그 기간 동안에 마냥 순탄하기만 한 경제성장의 길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또한 경제 성장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박정희의 공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박정희의 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정희의 과는 이미 정해졌다. 그는 민주주의를 폭력으로 전복시켰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통치이념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즉 대한의 민주공화국이라는 이 이름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박정희의 과가 희석될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원했다면, 박근혜가 취할 수 있었던, 그리고 취해야 했던 가장 좋은 전략은 나라를 풍요롭게 이끄는 길 뿐이었다. 군사정권과 함께 했던 가신 집단을 그대로 갖고 나라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그저 나라를 풍요롭게 이끌기만 해서 사람들의 향수를 극도로 자극하기만 하였어도 박정희의 공에 대한 평가는 크게 상승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박근혜는 실패하였다.


나라의 빚과 가계부채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실패한 부동산 정책 덕분에 집 없는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물가상승을 잡지 못해서 하루 하루 서민층은 먹고 살기가 힘이 든다. 줏대없는 교육정책 덕분에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골병이 들고 있다. 무거운 등록금으로 인해 나라의 인재인 대학생들은 빚쟁이가 되어간다. 심각한 청년실업으로 인해 한창 업무 능력을 자랑해야 할 청년층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무거운 교육비의 부담으로 중년층은 하루하루 압사당해가고 있다. 장년층은 정리해고의 불안감과 자영업의 몰락으로 인해 그 발길을 찾을 곳이 어렵다.


임기 끝까지 가볼 것도 없다. 국정을 이끄는 스타일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글러먹은지가 한참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래도 아버지의 명예를 복권하겠다고 몸부림치고 있다. 몸부림을 치면서 학문과 싸우고, 또 국민과 싸우고 있다. 이것은 거미줄과 같은 것이다. 당장 몸부림을 치면 벗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근혜와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러한 몸부림이 늘어가면 늘어갈 수록 박근혜를 옭아맬 것이다.


박근혜는 실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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