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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독? 독이 든 성배? 아니면 성배?(1)

전망대

by 열정과 함께 2012. 2. 2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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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여러분, 그렇게도 자신이 없으십니까?
                                           -노무현-

 FTA. Free trade agreement.

 나는 어떤 진보주의 운동가(로 활동했었던) 사람이 하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거기서 그 사람의 말을 잠시만 빌려보면 이렇다(토씨까지 기억나진 않고, 대충 내용이 이랬다)

 "세계화, 즉 국가간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작업은 언제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그들이 가는 곳이면 언제나 반세계화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러한 '반(反) 세계화 운동가' 들이 싸우는 대상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가 바로 FTA 다. 이전의 GATT, WTO 와 같은 것은 모든 국가가 대상이었으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이 문제의 당사자였다. 싸울 대상이 명확했으며, 단결을 이끌어내기도 쉬웠다. 하지만 FTA 는 양자간의 문제다. 당사자가 확 줄어든다. 각 국가간에 거미줄처럼 퍼진 FTA 는 싸울 대상을 모호하게 만든다. 이것은 그들의 새로운 무기가 되었다."

 '비교우위' 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상대방보다 초콜릿을 더 잘 만들고 상대방은 나보다 포장지를 더 잘 만든다. 그렇다면 나는 상대방과 초콜릿-포장지를 교환함으로서 더 효율적으로 초콜릿을 포장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이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와 상대방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의 크기는 서로가 각자의 초콜릿과 포장지를 모두 만들어 초콜릿을 포장한 상품을 내놓았을 때보다 커진다. 그런 의미다.

 FTA로 예상되는 손해와 이득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우리나라는 미국을 대상으로 주로 '제조업' 에서 이득을 보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어느 정도의 허수도 포함이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자동차나 칩 등은 이미 미국의 상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FTA를 하나, 하지 않으나 별 큰 이득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상품은 다르다. 관세를 깎아주는 만큼 이득을 보게 된다. 혹자들은 말한다. 쇠고기 관세는 몇심 퍼센트 가까이 내려가게 되는데 그깟 차값 정도 싸져야 몇프로가 그게 뭐 대수냐고. 그런 뻘소리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차값과 소고기 값은 뒤에 붙어있는 0 개수가 차원이 다르니까. 차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공산품이 그렇다.

  그럼 손해를 보는 쪽은 어떤 쪽일까? 당연히, 일단은 농산물 분야에서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가 예상되는 주 농산물 분야는 소고기와 쌀이다. 사실, 소고기와 쌀의 관세만이 깎이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 전체 분야의 관세가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쿼터다. 소고기와 쌀을 제외하면 나머지 품목의 쿼터는 국내 소비량에 비해 실로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품목에 대해 신경을 쓰느니 차라리 국산으로 위장한 채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산 농산물에 신경을 쓰는게 해당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에게 득이 될 정도다.

 그럼 소고기를 보자(쌀은 한국에서 자급률이 100%가 넘는 '유일'한 '식량 자원' 이기 때문에 정부가 바보가 아닌 이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리를 하게 되어 있다). 소고기의 수입 쿼터는 대략 40만톤. 국내 소비량이 약 120만톤 가량임을 감안하면 1/3 가량의 양이다. 이 정도면 시장 가격을 교란하기에 충분한 물량이다. 하지만, 정말 국내에서 팔리는 소고기의 물량이 0톤->40만톤으로 극적으로 증가할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단, 국내에서 기본적으로 유통되던 미국산 소고기의 물량이 있다. 양지에서 유통되던 것이든, 음지에서(...) 유통되는 것이든. 그리고, 위의 40만톤은 어디까지나 수입 할당 물량이다. 40만톤이 수입된다손 쳐도, 사람들이 먹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현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현지 농가에서 소값이 절반 가까이 폭락했는데 움직일 생각을 전혀 하고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소고기 가격이다. 지금 농가들은 소를 키울 돈이 없어서 송아지를 죽이는 형편인데 소고기 값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원래는 값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안정되기 마련인데, 소 값이 내려도 소비지의 소고기 가격이 내리지 않으니 소비가 늘지를 않고 농가들만 파멸적인 결과를 맞이한다. 농가들이 이 이상 몰릴 구석이 있을 것 같은가?

 당연히 이 현상은 중간에서 누군가 자신의 배를 지나치게 불리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누구긴 누구야? 중간의 도, 소매상. 그리고 운반업자들. 조금 도매금으로 넘기자면 '농협' 이다.

  이런 작자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충격요법 밖에 답이 없다(이런 방면에선 파격적인 방법을 잘 보여주기로 유명하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센지 농협이 센지 모르겠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아주 좋은 충격 요법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은 반발할 지도 모른다. '그럼 소 키우는 농민들은 어찌하란 말이냐?' 대답은 간단하다. '소 키우는 농민이 소를 굶겨죽이는 세상에 더이상 이들이 어디까지 몰리겠나? 아예 간단히 새로운 분야로 정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착 지원금을 주는게 낫겠다.'

 세번째로는, 조금 포괄적인 의미지만, 지적재산권이 있다(각종 컨텐츠, 혹은 의학이나 제약 분야 등등을 모두 포함하여). 물론 지적 재산권의 철저한 보장과 지적 재산권 위반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이 시행되면 당장 우리나라는 상당한 액수의 로열티를 미국의 회사들에게 물어줘야 할 지도 모른다. 일례로, 당신의 컴퓨터에 깔린 수많은 프로그램들은 정품인가? 만약 작정하고 미국에서 잡으로 나오면 당신은 제품값은 물론이고 벌금도 내야 할 지도 모른다. 미국 회사에서 소송이라도 걸면 당신은 눈물을 쏟으며 배상금 까지도 내게 되겠지.

 하지만, 조금만 뒤집어 생각해보자. 지적 재산권의 허술함으로 인해 그 동안 '우리의 손에서 탄생했지만 하릴 없이 스러져 간 위대한 우리의 작품들' 을.  예를 들어, 막강한 문화산업 중의 하나인 만화. 게임. 우리나라는 위대한 만화를 그려내는 작가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위대한 게임을 만들어내는 개발자들도 있었지만 그놈의 카피 덕분에 이들은 모두 쓸쓸하게 사회의 뒤편으로 밀려나야 했다. 지적 재산권, 그 보장이 도리어 우리에게 득이 되리란 상상은 해보지 않았는가?




 물론, 이 내가 한미 FTA 라는 거대한 협정(협정문은 페이지 수만 767페이지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페이지가 글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의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니, 한미 FTA 협정이 불러올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FTA 를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FTA 의 발효가 우리나라에 문자 그대로 지옥의 문(이른바 헬게이트)를 열 가능성은 분명하게

'없다'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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