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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이야기 - 한의사가 첨단 의료기기를 쓴다구요? (2)

돋보기/의료 이야기

by 열정과 함께 2016. 1. 2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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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180446095498086/posts/444065845802775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이 올라온 것을 보았습니다. 그냥 넘어가고 말까, 하고도 생각해 보았으나, 이런 류의, 그럴듯하지 않는 것을 일견 그럴듯하게 꾸민 글에 그냥 넘어가기가 힘들어 이렇게 글로 남깁니다. 이 글은 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반박하는 내용입니다. 내용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엑스레이와 초음파만 쓰면 된다고요?

2. 한의대에서도 영상 배웁니다! --> 음.... 그러세요?

3. 한의학은 외국에서 더 각광받으면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4. 왜 이렇게 우리나라만 한의학에 대해 배타적이냐고?



1. 엑스레이와 초음파만 쓰면 된다고요?


엑스레이와 초음파만 쓰면 된다고 하는데.... 최근에 한의사협회 회장님이 안그래도 초음파 쓰는 것에 대한 시연회를 한 적이 있었죠? 그 시연회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이미 인터넷에 수많은 자료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나도 개인적으로 정리해둔 것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링크 : 의료 이야기 - 한의사가 첨단 의료기기를 쓴다구요? (1)


글에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한의사 협회 회장은 상당히 많은 양의 준비를 하고 나왔을 것이고, 심지어 쉬운 일이라고 주장까지 하고 있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가 시행한 시연회는 시연회가 아니라 거의 촌극 수준이었습니다. 즉, 그는 보기에는 자못 간단해 보이는 진단장비일지라도, 그 장비를 사용하고 또 결과를 해독하는 데에는 상당한 수준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한거죠. 그렇다면, 한의사들은 그러한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훈련 혹은 교육프로그램을 다 마련해 두고 첨단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나아가서,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툭 터 버리면 너도나도 우루루 나서서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고 할 터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한의사가 필요한 실력을 갖추었는지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국가시험의 형식으로. 한의사들은 이런 절차를 다 마련을 해 두고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조르는 것입니까?


2. 한의대에서도 영상 배웁니다! --> 음.... 그러세요?


의과대학에서 영상만을 배운 시간은 본과 2학년 때 영상의학 총론(2학점), 본과 3학년 때 영상의학 실습(2학점) 이 있었습니다(이것은 학교의 교육과정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일견 이것만 보면 수업과정에서 영상의학에 그다지 큰 비중을 부여하지 않는 것 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의사들이 크게 착각하는 점이 있다면, 현대의학에서 영상의학은 독립적인 분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다른 분과들에 이미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영상 장비들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의과대학에서 영상에 대해 교육시키는 과정이 영상의학을 배우는 시간 하나만이라고 생각해서는 아주 곤란합니다. 그렇다면, 의과대학에서 영상에 대해 교육시키는 때는 언제인가? 답은 '항상' 입니다.


심장초음파는 심장의 구조적 이상이나 운동기능 이상을 보는데 반드시 필요한 장비입니다. 복부 초음파, 복부 X 선은 소화기관에 이상이 있지는 않은지 일차적으로 검사해 볼 수 있는 장비입니다. 가슴 X 선은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면 거의 언제나 해 보는 검사입니다.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암을 가진, 수많은 암환자들이 CT 와 같은 영상장비를 사용합니다. 영상이 영상의학만을 배우는 시간에 끝나게 될까요? 절대 아닙니다. 많은 과들을 돌면서 의과대학의 학생들은 항상, 최소한의 의사 구실을 하려면 반드시 감별해 낼 수 있어야 하는 영상의학적 소견들을 숙지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또, 그러한 능력을 평가받죠.


4학점 해 놓고 영상의학을 안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요?


3. 한의학은 외국에서 더 각광받으면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한의학이 적어도 학문의 행세를 하려면, 나름의 학문체계에 따라 기본적인 생물학적 원리를 탐구하고, 또 그에 따라 왜 어떤 병에서는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는지 연구를 수행해야 할 것이며, 거기에서 얻은 단서들을 토대로 치료법을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침을 놓는 행위는 한의학만의 것입니까? 약초를 우려내서 탕 만드는 것이 한의학만의 것입니까? 아닙니다. 현대의학도 얼마든지 긴 금속 조각으로 몸을 찔러볼 수 있고, 우리 몸에 있는 특정 부위에 열을 가해 볼 수 있습니다(뜸).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대의학이 한의학이 되는 것이 아니요, 한의학이 현대의학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의학을 현대의학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그 기저에 깔린 다양한 과학적 연구결과와, 그것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화학적으로 정제된 알약을 먹는 것이 현대의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연구결과 끝에, 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을 찾아내고, 그 물질을 고도로 정제하여 적은 양으로도 최고의 효율과 가능한 한 적은 부작용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 그 과정이 현대의학을 현대의학으로 만듭니다. 환자에게 견디기 힘든 부작용이 있다면 연구결과에 기초하여 약의 용량을 조절하는 것, 혹은 약의 종류를 바꾸는 것, 그러한 선택의 과정이 현대의학을 만듭니다.


페이스북에 글을 쓴 한의사는 한의학이 전세계로 퍼져나간 것 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세계로 퍼져나간 것은 한의학이 아니라 긴 금속 조각으로 신체를 찌르는 행위입니다. 한의학이 세계로 퍼져나갔다, 라고 주장하려면 한의학이 갖고 있는 원리(기혈, 경락, 음양오행 등등)가 학문적으로 확고한 권위를 얻고 그러한 주장이 마침내 주류 의학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을 때 비로소 한의학이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금속 조각으로 몸을 찔러보는 행위가 치료법의 하나로 도입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해서 그걸 보고 한의학이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착각을 해서는 아주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4. 왜 이렇게 우리나라만 한의학에 대해 배타적이냐고?


한의사들은 현대의학이 마치 새로운 이념을 거부하는 것 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이것도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대의학이야말로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해 엄청난 투자와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은 물론 기존의 방식, 그러니까 지금까지 밝혀진 생물학적인 원리에 따라 약물이나 수술적 방식을 사용하여 병의 치료에 접근하는 것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까지는 원리 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이나, 혹은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여 새로운 방식의 치료를 찾아내는 것 등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보완대체의학" 입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하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한의학의 방식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한다는 것의 전제는, 기존에 깔린 생물학적, 또는 생리학적인 원리에 근거하여 치료법을 탐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문적 토대가 성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구난방으로 찔러보는 것이 단순히 근거중심의학이 아닙니다. 보완대체의학이라는 것도 당연히 그러한 범주 안에서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찔러 보려면 자기가 왜 찌르는 지는 알고서 찔러야 할 것이 아닙니까? 이러한 틀에 비추어 보자면, 한의학은 어떠한가요? 물론 현대의학의 모든 치료법이 명확하게 단백질 수준의 규모까지 정립된 화학적 원리에 기초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연구자들이 그 밝혀지지 않은 원리를 탐구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은 의학이라는 학문이 혼자서 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생물학적인 원리들, 화학적인 원리들, 그리고 물리학적인 원리들 위에 현대의학은 서 있는 것입니다. 나는 한의사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한의학이라는 학문은 어떤 학문을 딛고 서 있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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